페르난도 메이렐레스와 카티아 룬드 감독의 <시티 오브 갓>은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생생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로 관객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파벨라’에 대한 장엄하고도 비극적인 연대기다. 이 영화는 ‘신의 도시’라는 아이러니한 이름의 무법지대에서 수십 년에 걸쳐 벌어지는 아이들의 범죄와 생존, 그리고 죽음의 파노라마를, 주인공 ‘로켓’(알렉상드르 호드리게스)의 시선을 통해 따라간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극영화의 문법을 따르는 대신, 다큐멘터리의 날것 같은 질감과 현란한 편집, 그리고 삼바의 리듬처럼 경쾌하면서도 폭력적인 에너지를 통해, 관객을 마치 그곳의 주민인 것처럼 파벨라의 삶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시티 오브 갓>은 단순한 갱스터 영화가 아니라, 가난과 폭력이 어떻게 대물림되고, 아이들의 순수함이 어떻게 시스템에 의해 파괴되며, 그 모든 혼돈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유일한 탈출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회적 증언이다. 이 글은 <시티 오브 갓>이 어떻게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리얼리즘’을 통해 파벨라의 에너지를 스크린에 구현하는지, 그곳의 아이들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를 어떻게 보여주는지, 그리고 주인공 로켓의 ‘사진’이 어떻게 이 모든 비극을 기록하는 증인의 시선이 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삼바 리듬의 총성, 태양 아래의 리얼리즘: 파벨라의 에너지를 담아낸 현란한 편집과 촬영
<시티 오브 갓>을 처음 마주한 관객이 느끼는 것은 현기증 나는 속도감과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다. 감독은 안정적이고 정제된 화면 대신, 거칠게 흔들리는 핸드헬드 카메라와 빠른 줌, 현란하고 감각적인 편집을 통해 파벨라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는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이러한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닭을 잡기 위해 모여든 갱단과 그들로부터 도망치는 닭, 그리고 그 사이에 우연히 끼어들게 된 주인공 로켓의 모습을, 정신없이 빠른 컷과 경쾌한 브라질 음악과 함께 보여주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예측 불가능하고 역동적인 톤을 단번에 제시한다.
이 영화의 리얼리즘은 단순히 촬영 기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감독은 전문 배우 대신 실제 파벨라 출신의 비전문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여, 그들의 얼굴과 몸짓, 그리고 말투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삶의 질감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들의 연기는 연기처럼 보이지 않으며, 마치 우리가 그들의 실제 삶을 엿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땀 흘리는 아이들의 모습, 낡고 허름한 집들, 그리고 좁은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소음까지, 영화의 모든 디테일은 ‘신의 도시’라는 공간에 압도적인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은,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폭력의 순간들을 더욱 충격적으로 만든다. 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총을 들고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들은, 어떤 극적인 연출이나 과장 없이 건조하게 묘사된다. 이는 폭력이 이들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어 일상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다. <시티 오브 갓>의 카메라는 폭력을 미화하거나 심판하지 않는다. 대신, 그 폭력이 벌어지는 현장의 공기와 에너지를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관객이 이들의 현실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먼저 느끼게 만든다. 이처럼 현란하면서도 지독하게 사실적인 스타일은, <시티 오브 갓>을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 살아 숨 쉬는 체험의 영화로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아무도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굴레, 파벨라 소년들의 정해진 운명
<시티 오브 갓>은 ‘텐더 트리오’가 활동하던 60년대부터, ‘리틀 제’가 군림하는 80년대 초반까지, 수십 년에 걸친 파벨라의 범죄 연대기를 다룬다. 영화는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폭력과 범죄가 어떻게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는지, 즉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60년대의 ‘텐더 트리오’는 가스 트럭을 터는 수준의 좀도둑들이었지만, 그들의 시대는 리틀 제(레안드루 피르미누)라는 새로운 유형의 악당이 등장하면서 막을 내린다.
어린 시절부터 살인을 놀이처럼 즐기던 리틀 제는, 동정심이나 죄책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순수한 악의 화신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는 마약 거래를 통해 도시를 장악하고, 자신에게 거슬리는 모든 이를 가차 없이 살해하며 공포의 제국을 건설한다. 그의 등장은 파벨라의 범죄가 더 이상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권력과 쾌락을 위한 무자비한 전쟁으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 영화는 그의 성장 과정을 통해, 폭력적인 환경이 어떻게 아이들의 영혼을 파괴하고 괴물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이 지옥 같은 파벨라에서 소년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갱이 되어 일찍 죽거나, 혹은 평생 가난 속에서 무시당하며 살아가거나. 영화는 수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정해진 운명의 비극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리틀 제의 갱단에 들어가고 싶어 했던 어린 아이들, ‘꼬마 강도단(The Runts)’의 에피소드는 이 영화의 가장 끔찍하고도 슬픈 장면 중 하나다. 리틀 제는 이 아이들에게 다른 아이를 쏘라고 강요하며, 그들의 순수함을 잔인하게 짓밟아버린다. 이는 폭력의 시스템이 어떻게 새로운 세대를 자신의 복제품으로 만들어내며 영속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주인공 로켓의 형인 구스는 갱스터의 삶을 청산하고 평범한 삶을 꿈꾸지만,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신의 도시’에서 탈출하려는 모든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
총 대신 카메라를 든 소년, 로켓의 사진 속에 담긴 기록자로서의 시선
이처럼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굴레 속에서, 주인공 로켓은 유일하게 다른 길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그는 갱이 되기에는 너무 겁이 많고, 평범한 노동자로 살기에는 너무 큰 꿈을 가졌다. 그가 선택한 무기는 총이 아니라 ‘카메라’다. 그는 어릴 적부터 사진작가를 꿈꿨으며,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자신이 사는 혼란스러운 세계를 바라보고 기록한다. 그의 카메라는 이 지옥 같은 현실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보호막이자, 동시에 이 세계를 외부와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
영화의 서사는 전적으로 로켓의 내레이션과 그의 시선을 통해 진행된다. 그는 단순한 주인공이 아니라, ‘신의 도시’의 역사를 기록하고 증언하는 ‘기록자(chronicler)’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자신의 친구들과 이웃들이 어떻게 갱이 되고,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의 시선에는 비판이나 심판이 담겨있지 않다. 대신, 그 모든 비극을 함께 겪어낸 자의 깊은 연민과 이해가 담겨 있다. 그가 찍은 리틀 제의 사진이 신문에 실리면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고 파벨라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는 예술이 어떻게 개인을 구원하는지를 보여주는 희망적인 순간이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리틀 제의 죽음과 새로운 갱단의 등장을 목격한 그는 어떤 사진을 신문사에 보낼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경찰의 부패를 고발하는 사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갱단의 죽음을 알리는 사진을 보낼 것인가. 그는 결국 후자를 선택하며, “진실을 말했다가는 죽을 것”이라고 독백한다. 이는 그의 선택이 완벽한 영웅적 행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타협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찍은 사진들은 세상이 외면했던 파벨라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유일한 창구가 된다. 그는 비록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그는 보았고, 기록했으며, 살아남아 그 이야기를 전했다. 총 대신 카메라를 든 그의 시선은, 폭력의 시대를 살아남아 그 역사를 증언하는 모든 예술가의 숭고한 역할을 상징한다.
결론
<시티 오브 갓>은 심장이 터질 듯한 에너지와 깊이 있는 사회적 통찰이 완벽하게 결합된,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범죄 영화 중 한 편이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브라질 파벨라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그 어떤 영화보다도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스크린 위에 되살려냈다. 이 영화는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절망적인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분투하는 한 소년의 모습을 통해 작은 희망의 불씨를 남긴다. 로켓의 마지막 선택은 우리에게 묻는다. 이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하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시티 오브 갓>은 단순한 영화를 넘어,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한 시대의 생생한 증언이며, 그 강력한 에너지는 오랫동안 관객의 뇌리에 지워지지 않을 강렬한 흔적을 남긴다.